수원 여교사 폭행사건에 대해

 

 


(수원 여교사 폭행 - '친구폭행' 지시 부적절한 훈계)

 

 

아무리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해도 학생이 주먹질하는 것은 잘못이지요.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생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욱해서 대형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이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닙니다. 저보고 고등학교 생활 다시 하라면 차라리 다시 입대하겠습니다. 군대는 안전하게 제대만 하면 끝이지만, 고등학교는 입시에 대한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하고, 학교에 학원에 부모님 잔소리에, 친구들과의 알력과 경쟁 때문에 제정신을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90년대 초 수원 동원고를 다녔습니다. 별의별 체벌을 다 당한 것도 힘들었지만, 공부에 대한 중압감과 휴일이 거의 없는 등교학습,  친구들과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사람을 참 비참하게 하더군요. 고등학생만 그런가요? 초등 고학년부터 따지면 적어도 7-8년동안 학원과 입시지옥속에서 허덕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제 민주화되면서 수직적인 인간관계는 합리적인 선이 아니면 통하지 않으며,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권위적이고 감정적으로 사용하면 언제든지 교사가 험한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니쌤이 충분히 체벌(비교육적인 일체의 폭력)이 교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글로 남겼으니 읽어 보세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86년)때 여자 담임선생님이 심한 장난을 친 남자 아이들에게 맞따귀를 시킨 것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장난으로 얼굴을 건드리던 애들이 나중에는 광인의 눈빛을 하고 사정없이 친구 얼굴을 후려쳤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담임 선생님도 놀라셨는지 다른 말씀없이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때 남자 담임은 숙제를 잘 안해오는 학생을 두 분단 사이의 통로로 지나가게 하고 통로 사이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발거는 것만 빼고, 손바닥과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하게 했었습니다. 한번은 반장을 불러서 마대자루로 생활태도가 고약한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라고 시켰는데, 그만 반장이 긴장해서 허리를 내리치는 바람에,  맞은 아이가 매우 고통스러워서 팔을 허리에 대고  눈물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더군요.

 

 

 

 

2. 어떠한 경우라도 때리지 마세요.

 


 

며칠 전 아침이었습니다. 우리반의 예찬이(특수아동)가 아침에 늦게 온데다가 교실에 들어와서도 다시 복도로 나가고, 다시 들어오지 않으니 전담 시간의 다른 반 선생님들이 예찬이 보고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고.. 저도 신경이 쓰여서 빨리 들어오라고 했는데... 그래도 안들어오더라구요. 요즘 제시간에 수업참여하기를 훈련하던 중이었는데, 저는 결국 폭발했습니다.


문을 확 열어제치면서


"야, 김예찬!", "빨리 안들어와!!!" "도대체, 언제 들어올꺼야!"


복도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호통을 쳤습니다. 예찬이는 놀란 듯 하더니 문앞에서 멈칫 했습니다. 한 두 시간이 지나서 예찬이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계속 제 옆에 있는 것을 피합니다. 제가 좀더 다가가서 얘기하려고 하니 "흥" 이러면서 고개를 돌립니다. 미안하다고, 선생님을 용서하라고 했지만, 예찬이가 놀라서 충격을 받으니 그간 공을 들인 점진적인 교육은 다시 퇴보를 하고, 나의 화를 받은 예찬이도 마음속에 각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낼 것입니다. 화가 학습이 된거죠.


참 길게도 곁가지 얘기했습니다. 저는 아이의 주먹질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교사분이 아이의 화를 돋구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친구를 때려라? 책을 안가져오면 친구에게 꿀밤을 먹여야 합니까? 뒤에 나가서 서있게 하든지, 책이 없어서 못한 과제를 다음시간까지 해오게 하면 됩니다. 꿀밤에 욕설까지 해서 그 학생이 제대로 교육이 되겠습니까?


여선생님으로서, 고등학교에서, 남자애들 잡는게 얼마나 힘든지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친구의 머리를 때리게 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부당결부금지원칙 위반이요, 폭행교사(가르칠敎 부추길唆)에 해당합니다. 인도적으로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가장 비인간적인 처우입니다.


저도 전담시간에 가장 난리치고 선생님께 예의없이 행동하는 아이의 머리를 모자로 십여차례 때리고, 서너차례 머리 앞부분의 머리카락을 쥐어 당겼다가, 아이가 학교를 뛰쳐나가서 5시간 넘게 행방불명되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그 아이가 참 미웠죠. 5학년때도 한 번 뛰쳐나간 것을 얘기해주지 않은 어머님이 너무 야속했죠. 그러나, 그것이 제가 아이에게 심한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야기시킨 것을 정당화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이는 독립적인 인격체이자 성인과 동등한 인간임에도 아직은 발달과정상 미성숙하고, 여러가지 문제행동을 일으킵니다. 그때문에 교사의 적절한 조력이 필요한 것인데, 그 과정중 감정적인 문제로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고(저도 하루에도 수없이 침해합니다만) 아이에게 화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교사들 조차도 어렸을 적에 여러 교사에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있고, 이것이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녹아져있다가 비슷한 일을 겪게 되면, 한 번 두번 참다가 결국엔 폭발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감정의 폭풍이 큰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화나는 그 순간'에는 떠올리지 못하고 제어에도 실패한다는 겁니다. 

 

 

 

 

3. 분노는 나의 것

 


 

살인범들이 사람을 죽일 때는 그 순간 자기가 사형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답니다. 사람을  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객관적인 상황에 눈에 들어와  고통으로 몸부림칩니다. 교사를 살인범에 비유하고자 함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의 폭풍에 휘말릴 때의 위험성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적인 감정 조절 훈련을 해야 하고, 그 분노의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봐야 합니다. 자꾸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나의 감정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애랑 싸우는 것과 애를 교육하는 것은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애랑 실컷 싸우고 애를 깔아 뭉개고 나서 '나는 교육을 했다'고 '나는 잘하려고 했다'고 우겨서는 안됩니다. 자기가 프로페셔널이 되지못하고 선무당식으로 아이를 잡아서는 안되는 거지요.


우리반 재성이(전두엽 이상으로 감정통합능력이 떨어짐)는 감정이 폭발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온 난리를 칩니다. 그래서 재성이가 인터넷을 찾아서 화를 다스리는 법을 찾아보게 했더니

 


1. 자신이 화난 것을 인식한다.

2. 심호흡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3. 화나는 이유를 생각한다.

3. 문제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한다.

4. 화로 인해 내리는 처방을 자제한다(화가 가라앉으면 적절하지 않은 처방임을 깨닫게 되므로) 

5.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문제 해결을 적어도 5분이상 늦춘다.  


 

처음에 1~4번을 재성이에게 강조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처방은 바로 저한테 먼저 내려야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1학기때는 맞불로 재성이와 싸웠는데, 요즘에는 제가 감정 조절을 어느 정도 해나가니까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도 많이 좋아졌고, 반아이들도 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분노는 사실 남에게 내는 것이 아니고, 자신한테 내는 것입니다. 자기가 자기한테 화를 내는 겁니다. 문제상황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를 감정으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고, 자신에게는 후회와 자책을 가져옵니다.            


그동안 언론상에 충격적인 모습으로 보도된 교권실추 사례를 보면 거의 7-80%이상이 교사의 원인제공에 있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업무상 잘못을 했다고 해서 담당업무 선생님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선생님께 심하게 대한다면 과연 우리는 참을 수 있을까요? 어찌할 수 없이 참더라도 며칠밤을 괴로워할껍니다.


다인수 학급에, 학생인권은 강화되고 교사인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 문제상황속에 매몰되어 교사의 감정적 폭발로 이어져 아이에게 비인격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교사의 예기치않은 불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요즘 언론상의 교권침해 사례유형을 보면서 자칫 교권확립은 더 멀어지고, 교사가 폭행을 자초했다는-교사의 자질 논쟁으로-여론이 기울어질까 걱정됩니다. 




 

Written by 이상우

현직 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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