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놈 목소리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은 범행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고, 송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말 그대로 피싱(fishing)은 '낚시'라는 뜻으로, 거짓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낚는다는 얘기다. 



이 보이스 피싱의 유래가 있었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님 달님> 옛날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떡장사 엄마한테 접근해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다가 결국 엄마를 꿀떡 삼켜버린 호랭이가 오누이가 있는 집까지 찾아와 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엄마가 왔으니 이 문 좀 열어다오!" 라고 했고, 엄마 목소리에 속아 넘어간 오누이는 문을 열어줘 호랭이가 들어오자. 요리조리 도망치다가 결국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비극적인 결말의 이야기. 오누이를 놓친 호랭이는 그 후에 떡장사가 되었다나?


시간은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나, 현대문명의 대표선수인 휴대전화를 활용한 보이스 피싱으로 발전하였다. 보이스 피싱에도 다양한 경우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납치얘기다. 전화가 걸려와 "당신의 아들을 납치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는 죽은 목숨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그 뒤로 엄마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쩐지 그 목소리는 아들 목소리로 들린다. 영화 <그놈 목소리>도 보이스 피싱에 한 몫은 한 셈이 아닐까?



2. 보이스 피싱은 시간공격이다.


이런 보이스 피싱이 가능 한 것은 휴대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1대 1의 소통을 위한 도구. 순간적으로 사람이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다. 엄마는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일단 이성을 잃고, 이것이 가능하면 2차, 3차로 그것을 믿게 할만한 꺼리를 흘린다.

하나는 내 아이의 이름과 관련 정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고,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엄마를 찾는 우는 목소리가 있으면 정말 내 아이의 목소리로 믿게 되어 점점 더 제대로 사고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꼭 납치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패턴은 같다. 국세청을 사칭해, 세금을 돌려주겠다 거나, 은행·경찰·우체국·금감원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거짓말하거나, 소재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보통 사람의 평정심을 흐뜨려놓는 것이 골자다.

결국 통화를 하는 짧은 시간에 아주 강한 메시지를 남겨서, 한 쪽으로만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시간공격을 하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질 않는다. 범죄자 입장에서도 시간을 길게 주면 끝이다. 어떤 경우가 발생하면 어떤식으로 우선순위를 두어 판단해야 할 지 메뉴얼이 없다면, 속어넘어가기 십상이다.



3. 범죄의 재구성


하지만 여기까지는 피해자의 이야기다. 관점을 바꿔서 범죄자 입장이라면 어떨까? 범죄자가 보이스피싱을 하는 진짜 이유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전화할 사람과 주변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목소리 한 사람이 필요할 뿐. 그리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른 범죄에 비해 검거당할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자! 범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범죄자 입장에서 납치를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납치를 해서 돈을 뜯어내기까지의 필요충분 조건이 있어야 한다. 다 큰 25살 청년을 납치했다며 송금하라는 보이스피싱에 속는 기업 CEO가 있다. 다 큰 젊은이를 납치하는건 불가능하다. 왜냐?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 성인 1인을 제압하려면, 포지션의 우위 원칙에 따라 무조건 2인이 필요한데, 그 2인 중 똥마려운 넘이 항상 있기 때문에 그 2인을 챙겨주기 위해 보조 1인이 더 필요하다. 피해자까지 도합 4인이 되는데, 4인이 움직이려면 반드시 자동차가 있어야 한다. 

운전기사까지 4인이  팀을 이뤄야 일단 범행이 성립한다. 이걸로 납치는 할 수 있지만, 몸값을 받으려면 더 인원이 필요하다. 자동차로 기동하면 이들의 동선을 사전에 체크하기 위하여 자동차 1대가 더 필요하고, 피해자를 억류할 도시 외곽의 조용한 지하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각 책임자 1인이 추가되어 도합 6인인데 팀장이 지휘해야 하므로 최소 7인이 되어야 한다. 



7인 이나 되면 반드시 배신자가 생겨나는데, 이들을 입막음하려면 거액이 필요하게 된다. 대략 몸값이 50억 안 되면 동기부여에 실패하므로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가 없다. 50억 몸값을 낼 사람은 한국에 얼마나 있겠나? 물론 필리핀이나 멕시코나 브라질이면 100만원만 쥐어줘도 현장 뛰겠다는 사람 나오겠지만. 이래저래 타산이 안 맞질 않는다.

납치 상대가 어린이라고 해도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납치 담당이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어들 수는 있어도, 차와 운전자와 감시자와 전체를 통제할 두목 그리고 감금할 공간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인원을 줄일수록 리스크는 올라간다. 만에 하나라도 피해자가 탈출했을 경우엔 검거율이 높아지기 때문.

실패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리스크가 큰 만큼 뜯어낼 액수도 커야지만 동기부여가 된다. 액수가 적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의견 차이로 팀웍이 깨지고 만다. 최초에 '완벽한 계획' + '요구 금액'이 분명해야 납치단이 결성이 되는 것이다. 자기한테 얼마나 떨어질지 계산도 안하고 선뜻 쇠고랑 리스크를 감당할 바보는 없기 때문. 이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전화가 걸려왔을 때, 요구하는 액수가 몇 백만원, 몇 천만원 단위라면, 보이스 피싱일 확률이 높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연역적 논리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더라도, 납치는 결국 팀플레이, 단독범행은 그 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개인이 요구하는 돈의 크기와 집단이 요구하는 돈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 막상 전화가 왔을 때, 하나의 판단기준이 된다. 


납치 : 납치단 결성 > 정보수집 및 업무분담 > 납치 및 감금 > 전화 협박 > 수금 및 도주

보이스피싱 : 낚시단 결성 > 정보수집 > 정보확인 > 전화 협박 > 수금 및 도주




P.S. 만약에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온다면, 몇 시간 혹은 며칠 간격을 두고 확인전화가 올 확률이 높다. 범죄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가 실제로 맞는지를 확인하는 거다. **엄마가 맞는지. 아들 이름이 ###은 아닌지 등을 확인. 






Written by 김동렬, 함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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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wrote at 2011/01/21 10:47
ㅋㅋㅋ 해와 달님...... ㅋㅋㅋㅋㅋㅋ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 그리고 초등학생 때 인터넷으로 들은 이야기...... ㅋ 어렸을 적 추억 나네요.
그리고 보이스피싱과 해와 달님...... 그러보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 군요.. ㅋㅋ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ㅎㅎ
wrote at 2011/01/21 17:13
감사합니다.
wrote at 2011/05/07 05:2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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