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이 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밝힌다. 이 글은 구조론에 대한 것이다. 중요한건 구조론이 지금의 이 상황을 거의 예상했다는 점이다. 단편적인 언급이지만 필자의 과거 글에 다 나와있다.

축구를 아는 사람이 축구를 보고 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안보고 이야기해야 진짜다. 과거에 언급한 필자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안보고 한 말이다. 구조론은 안 보고 거의 정답을 맞춰낸다. 안 본다는 것은 내막을 까보지 않고 외부에서 환경을 보고 토대를 본다는 것이다. 대략적인 포지션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더 적중률이 높다. 이는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막을 잘 아는 정치전문 기자들의 예측이 오히려 틀렸다. 그들 75프로는 2002년 이회창의 당선을 예측했다. 조금 틀린게 아니고 굉장히 많이 틀린 거다. 전문가의 분석이 오히려 빗나간다.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경우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의 예견은 정확하다. 다만 정치게임에서는 유권자들이 일반의 생각을 빗나가도록 뒤통수를 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자체 전 여론조사가 그렇다. 여론조사가 항상 틀리는 것은 아니다. 어떨 때는 신통하게 맞다. 안맞을 때는 모두가 짜고 담합한듯이 뒤통수를 친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구조로 보아야 한다.

 

 

하여간 필자는 허정무가 아시안컵까지 가야한다고 진작에 말했다. 솔직히 한국 실력이 세계 30위권인데, 월드컵이 성적대로 나오는건 아니므로 운 나쁜 유럽지역 예선탈락자 감안하면, 20위권 안에 들면 많이 한 거다. 그런데 한국은 국민이 총력전으로 지원했으므로 16강 안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16강을 했다. 목표달성 한 거다. 

그런데 징벌을 가해서 감독을 짤랐다. 주장 박지성 맘이 편안할 리 없다. 이건 굉장히 안 좋은 거다. 아무도 박지성을 욕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남출신 박지성 입장에서 허정무를 자른 것은 부인에게 당신은 좋은데 장모님은 싫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 박지성 이청룡이 활약을 못할 것은 예견되었다. 상을 줘야 할 상황에서 벌을 주는데 누가 신을 내서 하겠는가? 많이 위축된 것이 눈에 보였다.

왜 허정무를 짤랐을까? 첫째 지역주의 때문이다. 다른거 없고 뚜렷한 이유없이 맘에 안 들면 그게 지역주의다. 싸가지가 없다. 왠지 밉다. 그냥 기분 나쁘다. 이거 다 지역주의다. 애초에 좋게 보아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마음의 구조에 나오는 숨은 의도다.

둘째는 유럽축구를 보고 눈이 높아진 때문이다. EPL 축구를 늘 보는데 허정무 축구가 눈에 찰 리가 없다. 셋째는 오카다 축구보고 쇼크먹은 거다. 월드컵에서 한수 아래로 본 일본이 제법 하는 것을 보고 충격먹어서 우리도 저렇게 해야한다고 믿고 따라하다가 망했다.

구조원리에 다 나와있다. 상대가 선점한 어젠다를 따라가면 무조건 진다고 되어 있다. 이건 뭐 정동영이 이명박 따라하는 것과 같아서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짝퉁은 절대 오리지날을 못 이긴다.

 


조광래의 패인은 첫째 해외파 고참들과의 의사소통 부족이다. 허정무는 해외파에 의존한다고 욕을 먹었는데, 단기적으로 성적을 내려면 해외파에 의존하는게 맞다. 인맥축구 이런 말은 누가 감독해도 다 나오는 이야기고 또 감독이 자기 인맥 챙기는건 당연한 거다.

구조원리로 보면 자기사람과 외부사람이 5 대 5일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건 뭐 필자가 승부의 법칙이니 해서 늘 하는 이야기고.정치에서도 마찬가지 반드시 자기 사람 심어야 한다. 자기 사람 중심으로 핵을 형성하지 못하면 바로 레임덕 간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총리 하고, 겉으로 보기엔 좋지만 실제로 잘 안되는 것과 같다. 삐꺼덕 소리 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거고.

결론은 월드컵 16강은 할만큼 한 것이고, 상을 줘야하는데 벌을 주는 잘못을 저질러서 암담하게 되어버렸다는 거다. 박지성에게 치명상을 줘버린 거다. 잘한건 잘했다고 절대적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내가 박지성이라도 더 이상 뛰고 싶지 않을 거다.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동기를 부숴버린 거다.

어떤 경우라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월드컵 16강은 약속이었고 목표를 이뤘으면 보상을 해야 시스템이 돌아간다. 한국팀 선수들은 잘하고 감독 짤리고 징벌 당하고 아무런 보상을 못 받았다.

2006년까지 한국의 축구는 수비는 되는데 공격이 문제였다. 수비는 홍명보와 이운재가 있었기 때문에 되었고, 공격은 골을 넣을 사람이 없어서 안 된 거다. 그런데 2010년에는 어땠나? 공격은 되는데 수비가 안 되었다. 수비 못한 것은 허정무에게 책임이 있다. 허정무는 외국인 감독들이 망쳐놨다고 말했지만 변명이고, 그전까지 언론도 공격만 강조했고 수비를 별로 언급 안했다. 연습경기, 친선경기는 수비불안이 있어도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들어가면 철저히 연구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늘같은 틈만 있어도 송곳으로 찌르고 쐐기를 박아 크게 벌려 놓는다. 시합이 거듭될수록 이와 같은 경향은 점점 심해진다. 하여간 전성기의 이운재였다면 적어도 2골은 막았을 거다. 차두리 수비 안 되는건 이번에도 드러났고, 차두리가 잘 할 때도 있지만 상대팀이 차두리를 철저히 연구하고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단하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라. 공격은 그대로 두고 수비만 보완하는게 정답이었다. 그런데 조광래 패스축구 들여와서 팀을 흔들어 버렸으니 될 리가 있나. 이란전, 호주전, 일본전 세 게임 다 안 좋았다.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조광래 패스축구는 적어도 3년 이상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어쨌든 조광래 단디축구가 팀내에서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골수축구팬들은 감독의 지략에 대해 다분히 환상을 가지고 있다. 영국이 뻥축구 하는 것은 바보라서 그러는게 아니고,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원리에 의해서 그렇게 하게 되어 있는 거다.

구조원리로 볼 때, 공격야구와 공격야구가 붙으면 공격이 조금 더 센 쪽이 이기고, 수비야구와 수비야구가 붙으면 수비가 조금 더 센 쪽이 이긴다. 전체적으로는 우위에 있어도 승부처가 되는 핵심에서 강한 쪽이 이긴다.

일본의 패스축구와 한국의 패스축구가 붙었기 때문에 패스를 더 잘하는 일본이 이겼다. 일본을 깨려면 변칙으로 가야했다. 완벽한 패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스피드와 힘으로 눌러야 했다. 구조로 보자는 거다. 패스는 90 프로 말을 강가로 끌고가는 거고, 막판에 득점을 올리는 것은 패스로 안 되고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구조론에서 그것은 시간공격이다. 의외성을 높여서 상대팀을 정신없게 만들어야 한다. 혼란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조광래의 문제는 패스로 문전까지 잘 가서 마무리를 못 짓는다는 거다. 시간공격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시간을 끌어서 상대팀이 협력수비할 여유를 줬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게 되어 있다.


구조로 보면 세력>조직력>돌파력>기동력>동원력 이다. 세력이 가장 중요한데 이건 저변이 넓어야 되는 거다. 기본적으로 축구인구가 많고 축구팀이 많고, 안되면 잘 하는 외국선수 귀화시키고, 어떻든 파이를 키워야 한다. 세력 다음이 조직력이 중요한데 이건 조광래가 지향하는 축구이고, 세계 축구의 흐름인데 장기적으로는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문제는 그 다음의 돌파력이다. 조광래는 이게 안 되고 있는데 조광래뿐 아니라, 예쁜 축구 하는 거의 모든 팀들이 이 고민에 빠져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나타나는 거다. 장기적으로는 조광래 축구가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장점의 극대화, 단점의 보완 이것이 정답이다.

히딩크가 포백을 포기한 것은 안되니까 포기한 거다. 전략 전술을 과신하면 안 된다. 방향이 옳아도 안되는건 어쩔 수 없다. 융통성이 필요한 거다. 조광래 축구의 방향성은 지지하지만 구조로 보면 앞길이 험난하다.

 

 

어쨌든 필자는 한국의 팬들이 월드컵에서 무리한 욕심을 낸 나머지, 열심히 뛴 선수들의 동기를 부숴버렸다고 본다. 박주영은 대표팀 생각만 해도 무릎이 살살 아플거고, 박지성은 대표팀을 떠나고 싶을거다. 이영표는 월드컵때부터 골이 났는데 그 골 아직 안 풀렸다. 할만큼 했는데 보상이 없대서 될말인가?

살살 달래면서 데불고 가야 한다. 한 번 결정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제 박지성, 이영표 등 고참들은 다 물러나고, 젊은 신인들 위주로 해서 긴 호흡으로 맞춰가야 한다. 그리고 패스축구의 막판에 죽 쑤는 2퍼센트 부족은 늘 따라다닐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에 눈을 떠야 한다.

큰 흐름은 패스축구라는 원칙대로 가되, 단기적으로는 돌파를 할 줄 아는 고참들에게 전권을 줘서 변칙의 융통성을 살려서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한다. 변칙만 고집하는 축구는 운이나 바라다가 망하고, 원칙만 고집하는 축구는 잘 나가다가 막판에 미끄덩. 선원칙 후변칙이며 밸런스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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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동렬님은 
wrote at 2011/01/27 09:02
선무당
정마협 
wrote at 2011/01/27 13:57
우와!
공감이 가네여...
뭔가 부족하다 느꼈는데..
맥을 잘 짚으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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