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지하철을 타고 남바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금방이라고 했는데, 어째 길찾기가 만만치 않다. 벌써 몇번이나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봤는데, 같은자리만 뱅뱅 돈것만 같았다. 물어보는 사람마다 가르키는 방향이 다르니 가까운 거리라도 한참만에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가는길에 거울이 보여서, 거울에 비춘 내모습을 촬영하였다.

 

이곳이 덴덴타운이다. 거의 두 세블럭 정도되는 긴 거리에 오디오 전문점, 전자제품, 핸드폰, DVD, 레코드, 만화책 등... 점포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다. 나라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너무 늦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도 하늘은 맑고 시간도 넉넉했다. 이곳은 전자제품이 많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용산과 비슷한 곳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사실 비교하긴 좀 그렇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체 컴퓨터 시장의 60%이상을 조립PC가 차지하고 있고, 또 부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거나, 하드웨어를 스스로에 맞게 개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에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컴퓨터 부품 중심의 전자상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PDP, 오디오, 게임기 이런쪽으로만 많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본 것은 그런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랄까? 제품보다는 컨텐츠가 많은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일본의 대중문화를 가까이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다. 물론 이건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정이었다.
 


일본의 상점을 다니면 거리는 언제나 이런 지붕이 있다. 비가와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장사를 하려는 상인들의 상술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생각하자니 그럴듯 하고, 또 소비자 입장에서 좀 더 편리할 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는데 한글로 "면세점" 이라는 글이 있었다. 점원과 몇마디 나눠보았는데, 모두들 한국어를 잘했다. 혹시나 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일본인이 한국어를 그렇게 잘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한국어로 제품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수 있을 정도면 꽤 시간과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고, 그것은 이 점포에서는 점원을 아르바이트로 잠시 일할 사람을 고용한다거나, 아니면 쉽게 퇴직시키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내 입장이라면, 사장이 나를 언제 자를지 모르는데 애써 외국어 공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퇴직을 시키는 것이 정상적이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점포의 점원은 안정된 직장이라고, 또 안정된 급여를 제공한다고 하기엔 조금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나의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얼추 그럴듯 하다.
 

어느 곳에는 이렇게 가득이 프라모델을 팔고 있다. 어렸을적 참 많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것을 가지고 놀지는 않는 모양이다. 문구점에서도 좀처럼 구경하기가 쉽지 않는것 같다. 일본에는 프라모델의 매니아들이 많아서그런지, 아주 오래된 캐릭터의 프라모델부터, 최근의 애니메이션의 모델까지 다양했다.

 

 
이것은 <울트라맨> 의 그림이다. 나도 아주 어린시절 보았던 영화였다. 공룡 비스므레한 괴물도 나오고... 그런 케릭터들을 현실인냥 키, 주무기, 약점 등은 적어놓은 <괴수 대백과> 같은 책도 기억이 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어떤 모습을 형상화 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신화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고 디자인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옆에는... 누구더라... 그리고 그녀가 키우는 펭귄.

 

이것은 <에반게리온>의 레이가 산타클로스 옷을 입었나부다. 이렇게 같은 레이가 여럿 있으니 섬뜩하기도 하다.
 


일본은 성적으로 많이 개방된 나라라서 그런지, 이런 프라모델에까지 여실이 나타나있다. 게다가 섬세하기까지 하다.


정말로 일본 어린이들이 이런걸 가지고 놀까?

 


이런거...



곳곳에 서점이 있었는데, 서점 한켠에는 이런 도색잡지들이 많이 있었다. 주로 AV모델(Adult Video)의 사진이나 기사 혹은 광고물이 있는 잡지들이었는데, 참 종류도 많았다. 과연 팔릴까 싶은데 참 놀랍게도 보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도색잡지 코너에서 잡지를 보고 있는 아저씨들이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더 신기한것은 그들의 표정이었다. 마치 신문의 정치면을 보는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도색잡지를 보고 있으니 놀랍지 아니할 수 없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는 19세 미만은 들어갈 수 없다는 팻말이 보인다. 난 갔다. 미성연자가 아니니까... ㅋㅋㅋ

이곳에는 성인을 위한 만화책들이 가득하다. 주로 현실속에서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그들이 상상하는 성적인 표현들을 만화로 만들어 제작하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일본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한 층 더 올라가면 DVD를 파는 곳이다. 역시 AV였다. 우리나라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빨간색으로 표시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종류의 성인영화(물론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를 "핑크"라고 한다. 그리고 어느 일본 대중문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핑크무비가 전체 영화시장의 1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살펴보니, 봤던 것도 있고... 나중에 회사에서 동료인 명주씨한테 이사진을 보여주니까, 말하길...
 
"기념으로 하나 안샀어요?"
 
다운받으면 될꺼 머하러 DVD까지 사나? 이곳에서 DVD를 한편 사고자 하면 3000엔정도 한다. 한국돈으로 25,000원 정도 하는데, 그돈이면 야동 100편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겠다.ㅋㅋ
 
물론 이렇게 야동을 파는 곳은 덴덴타운 뿐만아니라, 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어디건 간판에 DVD라고 씌여진 곳이면 어디든지 이런 야동을 판매한다. 게다가 좀 더 올라가거나, 사람들이 거의 없는 곳에는 아주오래되어서 먼지가 덮힌 오래된 야동도 있다. 비디오 테잎도 있고, DVD도 있고... 이런것은 500엔이나 200엔으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안사지... 다운 받으면 되니까...ㅋㅋ
 


그곳에서 한 층 더 올라가면, 환상을 현실로 이어주는 이런 소품들이 있다. 여고생의 교복, 간호사 옷, 만화속에서 주인공이 입고나왔을 법한 옷 등... 일종의 코스튬플레이 의상이 많다. 잘 어울릴만한 여성이 입으면 무척 어울릴법한 귀엽고 또 섹시하기까지 한 그런 의상들을 판매한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다.
 


설마 이런것 입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그들의 상상에 의한, 또 상상을 위한 현실 그리고 그 소품이었다.

일본에 왜 이런것이 존재하는가? 그것은 이곳이 일본인의 쓰레기통이기 때문이다. 완전하게 구분이 된다. 일본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물론 일본인들은 그들의 법에 어떠한 인간에 대한 제한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인간을 구속하고 제한하는 것들이 참 많다.
 
일본에 오기전에 보았던 루스 베네딕트의 책 <국화와 칼>에서 보면 '기무', '기리','온' 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무(의무)는 덴노(천황), 부모님, 선생님이나 상사 에 대한 마음이나 자세이다. 태어날때부터 어떤 큰 빚을 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다.
 
그리고 '온'은 은혜를 말한다. 그것은 빚을 진다는 것과 같은데, 만약 내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은 내가 그사람에게 빚을 진 셈이 되기 때문에, 바로 갚아야만 한다. 그것을 갚지 못한다면 일본인으로서 제 앞가림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때문에 그런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일본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것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성추행이 많다고 하지만, 또 그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그것을 말리거나 제제하지 않는다. 몰라서 신경을 안쓰는 것이 아니라, 모른척 하는 것이다. 왜일까?
 
왜냐하면 거기에서 누군가 성추행을 저지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사람(성추행을 저지한)은 성추행을 당한 여성에게 은혜를 베푼 셈이 되고, 그 여성은 원하지 않는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성은 그 빚을 갚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또한 그 여성 입장에서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찰이라거나 공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 일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식의 사고관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만약 우리나라라면 "감사합니다." 정도로 끝날 일인데, 일본은 이렇게 꼬인 사고관으로 해결하려다 보니까, 더 큰 해악 앞에서 늘 망설이게 되고, 또 그것이 국민적인 스트레르로 남게 된다.
 
앞서 말한 것은 일본인들이 받고 있는 제한과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제약에 대해서 전혀 방해받지 않는 범위의 세계... 그 모든 제약의 해방구가 주어진 것이다. 만화, 비디오게임, 야동, 프라모델, 성매매... 이것에 관해서는 누구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의 배출구였다. 바로 이곳은...
 


덴덴타운을 다 돌아보니 배가 고파왔다.
남바로 가서 아침에 그 아저씨가 일러준 초밥집에서 배를 채우러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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