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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상훈 LG에 달걀을 던지다
야구 팬이라면, 지난 4월 5일부터 연속해서 터져나온 이상훈(전 LG트윈스 투수)과 LG트윈스간의 마찰에 관한 기사를 보았을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상훈은 LG트윈스 홈페이지를 통하여 LG트윈스 구단에 관한 실망감을 토로하였고, 그것을 접한 팬들은 분노하고, 언론은 그것을 이상훈의 '폭로'라고 하였다.
언론에 따르면, 이상훈은 게시판에 이러한 내용을 썼다고 한다.
지난해 LG트윈스가 부진에 허덕이던 7월경, 구단으로부터 만남 요청이 들어왔으며 그 자리에서 복귀 의사를 타진 받았던 당시를 설명하고, "이영환 단장이 'LG'가 왜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언제 짤릴지 모르지만 성적을 떠나 이상훈이라는 사람을 다시 끌어들여 LG다운 팀을 만들고 싶다.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LG 단장의 말을 듣고, 이상훈은 야구 복귀를 결심, 밴드활동 등 모든 개인사를 중단했지만 LG트윈스 측은 이후 전혀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고 딴소리를 하는 등 뒷통수를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LG트윈스는 곧바로 수습을 하려고 하였고, 이상훈과의 앙금을 풀기위한 자리였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혹여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는 뜻의 글을 남겼고, 이어 이상훈은 그 만남은 앙금을 풀기위한 대화는 없었으며, 지도자로 복귀를 타진하는 내용의 대화가 오갔고, LG는 그런식으로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후의 몇 개의 뉴스가 더 있긴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문제는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폭로'라고 해야할런지는 모르겠다. 폭로라고 하는 것은 내부적인, 혹은 개인간의 일을 공공의 영역에 공개한다는 뜻인데, 이상훈 개인의 일로 치부하면 '폭로'가 될 것이고, 구단의 일로 보자면 '폭로'가 아닐 거시라고 본다. LG측에서는 비공식적인, 개인간의 접촉일 뿐이고, 이상훈은 LG라는 거대한 조직의 공식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제가 시작하였다.
2. LG 트윈스의 위기
지난 몇 년간 LG트윈스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LG 박종훈 감독은 봉중근에게 "에이스로서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2군행을 통보했는데, 봉중근의 아내 4월 4일 저녁 봉중근의 미니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이를 반박하는 일이 있었다.
작년에는 LG의 선발투수 심수창과 주전포수 조인성이 경기중에 마운드에서 감정싸움을 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또 그 전에는 전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하위권의 팀을 2위까지 올려놓았지만 우승을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되었다. 일련의 사건을 보았을 때, 그 원인에 선수 개인의 문제도 있고, 코칭스태프의 문제도 있고, 감독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연속되는 LG의 문제는 LG구단의 프론트 그 자체에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사실을 정작 그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LG에서 짤린 김성근 감독이 SK에 가서는 팀을 우승시켰다면 그것은 감독의 문제인가? 프론트의 문제인가? 김성근 감독이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것이 SK구단에서는 그가 요청하는 것을 많은 부분 수용해주고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지원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자가 바라보는 LG의 프론트는 그 역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프론트는 팀을 지원해야하고, 관리는 감독이한다. 프론트가 목소리가 높으면, 감독의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 대기업이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하여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함이지만, 그것은 팀을 만드는 이유가 될 뿐이지, 팀 자체를 마케팅 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팀을 만들어야 그것으로 마케팅이 가능한데, 마케팅 마인드가 팀의 구성을 되려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 마인드라는 것은 조인성, 심수창 사건처럼 문제가 발생 하였을 때의 감독이 수습할 기회를 주지 않고, 프론트에서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여 일방적으로 2군 강등을 시킨 사례에서 볼 수가 있다. 긴 시간 신뢰를 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식으로라면 감독이 바보 된다는 거. LG 문제의 본질이다.
3. 무릎팍도사 이만수 편
이번 이상훈의 폭로를 보면 곧바로 떠오르는 장면이 MBC <무릎팍 도사> '이만수' 편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삼성의 아이콘인 헐크 이만수 선수를 삼성은 연수다녀오라고 하고 200만원 쥐어주며 은퇴시켜버렸다.
그는 분노와 수치힘에 도망치듯 미국으로 향하고, 매일 햄버와 피자로 끼니를 때우며, 몇 년간의 고생 끝에 코치로서 성공하여, 결국 메이저리그 불펜 코치가 되었다.
그러자 2003년 삼성으로부터 삼성의 코치직을 공식제안했고, 이만수는 소속팀인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 사표를 제출하고, 미국의 집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으로부터 그간의 모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고, 이만수는 졸지에 오갈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는 이미 사표를 제출하였고,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갈 기반도 없는 상태였다.
운이 좋았는지, 기적적으로 이만수의 사정을 시카고 화이트 삭스 팀에서 알게 되어, 다른 코치들의 동의로 그가 다시 팀에 복귀하게 되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00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이만수는 팀의 A급 공신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 후 SK와이번스에서 이만수를 수석코치로 영입하는데 성공하여, LG에서 내친 김성근 감독과 삼성에서 내친 이만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2007, 2008 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이상훈과 이만수의 공통점은 둘 다 팀의 아이콘이었다는 점과 그 팀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점이다. 이만수는 지금까지도 삼성이 왜 일방적으로 코치계약을 파기했는지 이유를 모른다고 했다.
이만수의 말처럼, 결국 선수를 영입하건, 코치를 영입하건 결정권은 구단에 있다. 때문에 아쉬운 쪽은 선수, 코치, 감독이다. 계약관계에서 구단은 늘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3. 조직은 개인을 희생시킨다
이상훈이나 이만수나 야구라는 스포츠를 떠나 관통하는 하나의 본질은 조직과 개인의 대립이라는 것이다. 군대와 병사의 관계이고, 회사와 사원의 관계이다.
구단이 계약해야지 선수가 뛸 수 있는 것이지만, 팬이 있어야지 구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팬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한다.
개인과 조직간의 문제가 생기면, 조직에서 말하는 것이 '법' 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므로, 혹은 돈으로 보상하겠다. 이상훈과 이만수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훈과 LG와의 접촉에서 공식적인 문서가 오갔나? 비공식적인 접촉을 왜 공개된 곳에서 발설하는가? 한 번의 접촉으로 사업을 정리한 것은 이상훈의 독단적인 판단인데 거기에 왜 LG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라고 구단에서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는 이만수를 공식 계약까지 해놓고 일방적으로 파기한 삼성 입장에서도, 파기한 만큼 돈으로 보상했으면 됐지 않느냐? 라고 할 런지도 모른다. (물론 계약파기에 따른 보상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하지만 구단이 선수와 감독과 코치와 계약을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팬이 구단과 계약을 맺어서 구단과 선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만수의 홈런이, 또 언젠가 이상훈의 삼진이 팬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그것에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구단은 팬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바라면서, 구단은 선수에게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돈이, 연봉이 일정부분 신뢰를 대신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돈이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책임의 의무가 있다는 것도 포함한다. 때문에 권한이 있는 사람은 신중해야 한다.
LG구단의 단장이 이상훈을 접촉하고, 이상훈을 코치로 영입할 의사를 내 비친것이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책임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단장은 한 개인이 아니라 조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LG구단 단장과 이상훈의 만남은 이상훈 입장에서 LG라는 조직을 보고 만난 것이지, 단장 개인의 얼굴을 보고 만난 것은 아니니까.
개인과 조직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피해를 보는 쪽은 늘 개인이다. 이상훈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직은 필연적을 개인을 희생시킨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계속하여 발생한다. 전쟁과 경쟁에는 희생자가 따르는 것은 맞지만, 얼마나 조직이 개인을 보호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쉽게 버림받기 위하여 목숨걸고 싸울 병사는 없다.
4. 야생마 이상훈을 보고싶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이상훈과 LG구단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설혹 LG측이 다시 이상훈을 영입할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고, 더이상 관계를 회복하기 힘든상황이다. LG는 어쩌란 말인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욕을 먹는 수 밖에... LG가 뭘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건 그쪽 구단 사정이고, 팬들이 이상훈을 영원히 잃는 다는 것은 분명히 손해다. 그가 사업도 접고, 밴드도 접고, 돈도 없어서 빈둥대는 것을 바라본다는 결론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이상훈이 누구인가? 그의 전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져있다.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14타자 연속 삼진 기록에, 94년 팀의 우승의 주역이었고, 95년 선발 20승, 습관성 어깨탈골과 손가락 혈액장애로 투구 이닝이 줄어들었을 때에도, 마무리로 전향해 97년 37세이브 103 탈삼진의 기록을 남겼다.
일본의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이종범, 선동렬과 함께 팀의 우승에 일조하였고, 주니치 측의 재계약 요구에도 불구하고, 꿈을 쫓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였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운드에 올랐지만, 오래 활약하지 못하고 팀으로부터 방출 되었고, 2002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김재현과 함께 LG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하지만 LG는 그런 이상훈을 SK로 트레이드 시켜버렸고, 2004년 성적이 떨어지자 이상훈은 돌연 은퇴선언을 하였다. 이유는 더이상 혼이 실린 공을 던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저 가만히 벤치에 앉아있기만 해도 받을 수 있는 연봉을 포기하고, 야구계를 떠났다.
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기록과 실력도 있겠지만, 돈에 길들여지지 않는 자기 원칙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관되게 꿈을 쫓아 가는 그의 궤적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국내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까지 모두 경험한 선수나 지도자가 흔하던가? (한화의 구대성 선수도 있다)
물론 그의 인생은 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지만, 그가 아직 마음속에 야구에 열정이 식지 않았고, 그만큼의 경력과 경험이 있는데, 야구의 지도자가 아닌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사라져간다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계와 팬에게 슬픈일이다.
필자는 꼭 LG가 아니더라도 몸을 담았던 SK를 비롯한 다른 구단에서 그가 프로야구 지도자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해결방법이다. 야구를 위해 사업과 밴드를 접었던 시간적, 금전적인 손실을 최소화 하고, 한국 프로야구로서는 그의 경험과 기술로 야구발전에 기여하게 하고, 팬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미 이만수라는 성공사례가 있지 않은가?
LG 트윈스는 비단 LG라는 기업의 부속품이 아니고, 이상훈은 단지 한 명의 사람이 아닌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얼만큼의 감동을, 신뢰를 줄 수 있는가? 그것이 팬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소리높여 영광하게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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