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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광재, 판을 제대로 보고있다.

며칠전 매일경제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120423174527922&p=mk)
다들 알고있는 것처럼 이광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아 지난해 1월 도지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현재는 중국 베이징 칭화대학에서 유학중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책 출간을 위해 잠시 한국에 체류중에 한 인터뷰였다. 내용이 다소 길지만 다음 부분은 주목해 볼만하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요인을 꼽는다면.
▶우선 한미FTA 폐기 주장으로 중도층을 잃었다. 지식인과 중산층 표를 잃었다. 두번째는 강정마을 사건으로 집권세력이 되는데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북한 로켓 발사로 안보 불안까지 겹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세번째는 김용민 후보가 조기 사퇴하지 않아서 기독교를 자극했고 부활절까지 맞물렸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 대한 평가는.
▶야권연대는 민주당에게 득이 되기도 했지만 손실도 가져왔다. 이번에는 선거연대만 해야 했고 정책연대는 합의가 가능한 가장 낮은 수준에서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한미FTA 등 양당의 입장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정책연대를 했다.
- 해군기지 건설로 논란을 빚은 강정마을 문제에 대한 생각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해양분야에 강한 나라가 강대국이 됐다. 제주도는 정말 요충지다. 다만 국민투표를 좀 정직하게 하지 못한게 문제였다. (경주에 들어설) 방사성 폐기물 장소 유치 때도 보면 처음에는 실패했다가 인센티브 3000억원을 주는 시스템을 법으로 만들어 극복했듯이 해군기지도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의 한미FTA에 대한 국민 반응을 평가한다면.
▶농촌지역이라고 해서 FTA문제에 대해 민주당의 주장이 통한 것이 아니다. 말을 바꾼 신뢰의 문제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반미(反美)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 출처 : 2012.4.23 매일경제 "안철수 보다…" 이광재 前강원지사 `충격발언`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120423174527922&p=mk)
2. 왜 졌는가?
이광재는 이번 총선판을 제대로 보는 몇 안되는 범야권 인물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패배의 원인으로 꼽은 한미FTA나 강정마을 사건은 범야권에서는 반MB의 호재로 판단하고 덤벼들었지만 MB의 덫에 빠져 역공을 당한 셈이다. 정권심판이 되어야 할 총선이 엉뚱한 잇슈로 흐트러지고 말았다.
분명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쪽은 박근혜라는 대권후보가 진두지휘하는데, 이쪽은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으니 강력한 리더쉽으로 상황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박근혜라면 "내가 대통령 되면 한자리 줄테니까 이번 선거에서 빠지시게!" 라며 공천딜 신공을 펼칠수 있겠지만, 문재인에겐 그럴 힘이 없었다.
뿐만아니다. 이광재도 언급했지만 진보당과의 연대는 정치적인 선택의 폭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그 연장선에서 한미FTA와 강정마을 구럼비사건이 있다. 양쪽이 연대하기로 했으니 어떤 사건이 생기면 합의하기 쉬운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FTA문제로 진보당과 분열이 일어나면 오히려 연대를 안한만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니까.
이 모든게 결국 민주당과 진보당을 아우르는 대권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을 먼저하고 총선을 치뤘다면 모를까 일이 이렇게 된 걸 어쩌겠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수하고 가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투표율 55%에서 우리가 이만큼 표를 모았다는 것이다. 대선이라면 투표율 못해도 10%는 더 나온다. 쪽수로도 밀리지 않는다. 반면 박근혜는 묘수를 써서 이겼다. 당명 바꾸고, MB와 선긋고, 손수조-문대성 공천했다. 황당한 아이디어지만 보수진영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이 박근혜에겐 족쇄가 될 것이다. 묘수의 맛을 봤으니 다시 위기에 빠지면 묘수를 찾게 될 것이다. 묘수의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 바둑에서 묘수 두 번이면 지는 거다.
말하자면 저쪽은 이번에 이겼지만 다음에 이길 확률이 낮아진 것이고, 이쪽은 졌지만 다음에 이길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3. 노무현을 극복의 대상인가?

구도로 봐도 민주당-진보당의 연대가 불안정하기도 했지만, MB가 제대로 찌른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지난 한명숙-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당시 TV토론회를 연상하게 한다. 잘못된 시정으로 서울시 재정을 몰락하게 만든 오세훈이 이 모든 것은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면, 되려 한명숙이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뭔가 뒤바뀌었다.
대한민국을 비리로 얼룩지게 한 MB가 되려 한미FTA, 구럼비 폭파하면서 "이것도 결국 노무현이 시작한 일이잖아!" 라고 탓하면, 민주당은 변명해야 하는 처지에 이른다. 눈치보며 노무현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참여정부때 시작한 거 맞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이었다. 혹은 우리는 노무현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식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정동영 이거 하다가 망했다.
문제의 본질은 '옳다', '그르다' 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미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정말 뭔가 잘못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잘한 게 없어서 문제가 된다. 비리나 잘못은 새누리당이 훤씬 더 많이 저질렀다. 저쪽에 트집잡히지 않으려고 몸사리다보면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그러다가 새누리당이나 언론으로부터 공격당하면 오히려 아군으로부터 더 혹독하게 공격당하는 구조. 하여 분열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
논리의 덫에 빠져버리면 이미 지는 거다. 이런 프레임이 보이는가? 이게 안보이면 더이상 나아갈 수 없다. 공포심을 넘어서야 한다.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이광재는 그것을 보았고, 때문에 이광재가 필요하다.
4. 신화의 대결
이미 노무현은 방향을 제시했다. 그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의심을 하는 그 순간에, 혹시 노무현이 틀리면 어쩌지? 라고 생각할 때, 노무현과 거리를 두어야 하나? 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분열된다.
참여정부에서 잘 한 일은 노무현이 방향을 잘 잡아서 잘 된거고, 참여정부때 시작했지만 잘못된 일은 저들이 잘못된 방법론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면 국민이 승리한다. 온전히 믿는 쪽이 승리한다. 어차피 신화대결이다. 저쪽은 박정희 신화, 이쪽은 노무현 신화다.
범 야권은 민주당과 진보당으로 나뉘어 있다. 민주당은 정규군이고 진보당은 별동대다. 알렉산더가 수가 훨씬 더 많은 다리우스의 페르시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군대를 둘로 나눠 한쪽에서 기병으로 전열을 흐뜨리고, 다른 한쪽에서 공격하는 양동작전이었다. 군대를 둘 로 나누는 것은 신뢰의 축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각개격파 당하고 만다.
노무현이 죽어가며 남긴 신뢰의 씨앗. 그것이 승리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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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SBS 힐링캠프 문재인 편을 보았다. 예상외로 재미있다.
지난 뉴욕타임즈에서 고성국 박사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것이 문제인의 악수라 하였고, 2012년 총선-대선 전망을 한나라당 승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예측했고, 그 이유로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인물이 대거 교체되는데 반하여 범야권은 기존의 기득권이 유지됨으로 국민이 기성인물을 뽑지 않아 한나라당의 승리를 점쳤다.
논리상 그럴듯 해보이지만, 전제가 틀렸으므로 예측도 빗나갈 것이라는 것이 나의 예측. '노무현은 실패한 정치인이다' 를 전제로 하였을 때, 그의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가 성립이 되어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갔지만 그의 사람들은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
단순하게 국민은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기성 인물은 배제한다는 것은 아귀가 맞지 않는다. 2007년 국민은 노무현의 정치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틀렸다. 그리고 국민은 노무현의 정치에 빚을 진 것이다. 한때 그를 욕했던 사람도 그의 영정 앞에 눈물을 흘렸다. 500만이 그를 애도했다. 국민은 잘못된 판단을 했으므로, 옳은 판단을 하게 된다.
노무현의 사람들이 구시대의 보수인가? 노무현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지금의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이 있던가?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유시민, 안희정, 김두관 등... 이들을 제외하고 범 야권에 차기 대선후보라고 불리울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손학규, 정동영은 후보에 만족할 사람들이고... 안철수는 정치권에 가까이 있다가 철수 할 예정이고...
애초에 노무현이 실패했다면 문재인의 TV출연 조차 불가능하다. 상부구조를 봐야 한다. 문재인이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서 그것이 악수가 될 수 있지만, 당선이 되건, 낙선이 되건 결국 노무현 세력 전체에 득이되는 방향이 된다. 문재인이 안되면 같은 이유로 한명숙이 되고, 한명숙이 안되면 같은 이유로 유시민이 될 수 있다. 확률을 높여가는 것이다.
결국 문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무현이 판을 세팅한 대로 가게 되어있다. 씨를 뿌렸으니 싹이 나오고, 줄기가 자라고, 잎과 꽃이 나고, 열매가 맺힌다. 지역구도가 아닌 세대구도로 가고, 그것은 세대를 움직이는 SNS와 같은 무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에서 나타난 혁명도 SNS의 힘이고, 그것이 이제까지의 정치지형을 바꾸게 한 것이다. SNS가 있기에 "쫄지마!" 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전까지의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면 빗나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이제까지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길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2007년 국민은 꼼수를 선택했다. 당시 방향이 그랬고, 꼼수후보가 나오면 더 꼼수 잘하는 쪽이 이긴다. 그리고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로 방향이 바뀌었다. 나는 가수다를 보고, 실용서가 아닌 인문학 서적이 잘팔린다. 2012년 국민은 정수를 선택할 것이다. 정수 후보가 나오면 더 정수인 쪽이 이긴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정수가 누구인가? 박근혜가 정치의 정통인가? 노무현인가?
노무현은 새로운 정치의 정통을 만들어냈고, 죽어가면서도 끝내 그 세력을 낳았다. 나는 예측한다. 총선 - 대선 범 야권의 압승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그 결대로 가고 있고, 박원순 시장으로 다시 증명되었다. SNS가 미디어를 주도하고, 지역구도에서 세대구도로 바뀐다. 이 흐름을 역행할만한 외부의 에너지가 없는 한 계속 가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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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상 대학생의 완패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떨거지 유시민의 부활의 날개짓이 시작되려나보다. <나는 꼼수다>에 이어서 tvN의 <백지연의 끝장토론>에도 출연하고, 국회의원 하나 없는 비주류 정당의 대표로서 이렇게 활발한 정치활동(?)을 하니, 이것으로 유시민 개인의 지지율도 상당히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가카 집권 이후 토론 프로그램은 몇 년 째 보지 않은 것 같은데, 유시민과 대학생의 끝장토론은 우연히 스트리밍 영상을 보게 되었다. tvN의 배틀형식의 토론은 그 시도자체를 탓할 수는 없겠지만, 익숙치 않아서인지 나로서는 어째 좀 불편하더라. 더 빠르게 더 많은 말을 막힘없이 내뱉도록 유도하는 듯 한데, 자칫 논리 싸움이 아니라 논거 싸움으로 혹은 흙탕물 싸움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시민 대표에 앞서 20대 청춘과의 끝장토론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나와 대학생에 신나게 얻어터지고 돌아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번 유시민 토론은 사실상 대학생의 완패였다. (다만 이 글은 토론에 참여한 대학생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논리의 전개에 관하여 개인의 의사를 피력하기 위한 글로 이해해주라.)
2. 그들이 알지 못한 것들
대학생들이 어떻게든 유시민을 당황스럽게하려고 여러가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은 차분하게 응수했다. 대학생이 유시민 대표에 뭔가 논리적 공격을 하는 것은 곧 '문제 제기 능력' 이다. TV에 출연한 대학생들은 지식과 지성을 갖춘 훌륭한 학생들이지만, 이들이 상대하기에 유시민이 워낙 강적이긴 했다. 토론의 달인이니 말이다. 게다가 1 대 다수의 토론이라면 발언기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1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유시민이 토론의 달인임을 떠나서 대학생들의 논리의 한계 또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대학생들 나름대로는 토론을 많이 해왔다고는 하지만 유시민 대표와 같은 스타일은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알지 못한 것들은 무엇인가?
1) 주장은 사고의 결과, 논거는 주장의 결과
미디어에서 글이나 말을 할 때, 보통 사실관계 > 문제제기 > 판단 > 논거 >주장 의 순서로 논리를 풀어내곤 한다. 그런데 왜 그런 순서냐 하면 그것이 읽는 사람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착각하기 쉬운것이 어떤 논거가 있으므로 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순진하게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논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주장을 먼저 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찾아 넣는다. 세상엔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사례가 있고,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그런데 주장은 이미 그 사람의 사고와 철학에 기인한 것이다. 철학이 가장 베이스이고, 그 위에 주장이 있고, 그 위에 논거가 있다. 아쉽게도 한 사람의 철학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대학생들의 논리패턴은 유시민 대표는 과거 A라는 주장을 했고, 현재는 B라는 주장을 하는데 왜 바뀌었냐? 라는 식이고, 유시민 대표는 "나는 S 라는 나름의 사고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 당시 상황은 이러이러했고, 현실정치인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론은 이것저것이 있었다. 그 당시로서의 최대한 내 철학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 판단이라 생각했다. 현재의 포지션에서는 선택의 폭이 달라졌고, 내 철학에 부합하는 현재의 주장은 B 다"
논거를 문제삼아도, 주장을 문제삼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그게 아니면 애초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버리던가...
2) 존재규정 작전 실패
한 인간을 어떤 단어로 규정하여 설명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인간의 말과 행동의 모순점을 발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를 언어로 규정하기 쉽게하려면 먼저 양 극단으로 몰고가야 했고, 그랬을 때의 그의 논리가 궁색해진다. 일종의 대학생들이 만든 '논리의 덫' 인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식이다.
너는 진보냐? > 진보라면 A, B, C, D, 를 해야 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다. > 그러므로 너의 존재의 포지션과 말과 행동에 모순이 있다.
그런데 이런식의 진보 감별은 대학생이 아니라 그간 진보계열 정당에서 무수히 유시민에게 던진 질문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그를 어느 극단으로 몰아야지만 되는데, 안타깝게도 유시민은 뚜렷하게 어느 극단의 포지션으로 가지 않았고, 그러자 대학생들은 계속해서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덫을 놓고 기다리는데, 토끼가 올듯 올듯 하다 안오니 초조해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같은 논리가 진보 정당의 맹점이기도 한 것이다. 조건을 복잡하게 제시할수록 조직의 힘은 분산되고, 결국 대의를 실현할 동력을 잃게되고, 대중의 지지로부터 멀어져가는 것. 하여 그 의도는 좋지만, 세상을 움직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이른다. 외통수다.
과거 참여정부가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으면서도 유연한 포지션을 취했던 것과 같다.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은 논리적 대응의 폭이 넓다는 것과 같다. 문제제기 하는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국민이 행복해진다.
3) 총알은 많이 준비했지만...
대학생들이 유시민 대표를 당혹스럽게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리고 모든 이유이기도 한 그것은 귀납적 사고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초등학교 이후 계속해서 귀납적 교육을 받아왔고, 어떤 현실 속에서 스스로 판단해야만 할 상황이 많지 않았다. 토론에 앞서 일단 과거의 방대한 자료부터 습득하고, 그러한 사례와 사실관계, 논거가 토론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세상은 결과의 입장에서 보면 모순 덩어리이고, 그런 모순이 있기까지 그 당시의 환경에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 많은 역설과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행동하는 사람의 연역적 사고와 당시의 시대정신이 맞물리는 가운데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이 있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입장에서 본질을 찾아내야 한다. 고수는 '원샷원킬' 이다.
유시민 대표의 입장에서는 대학생들의 문제제기 방식은 익숙하지만, 대학생들은 유시민의 방식이 생소했다.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에 관하여 오해하고 있는 것이 그는 무척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많은 사례를 들어 논리를 풀어내지만, 그의 사고 또한 귀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토론중 몇몇의 학생은 유시민 대표를 향해 과거 자료나 사례를 제시하여 그것을 포석으로 공격논리를 만들려고 했지만, 잘못된 인용이나 사실관계가 어긋나거나, 사실관계는 맞지만 그에 관한 질문자의 해석의 문제를 지적받았다. '~라면, ~인가?' 라는 공격 논리의 첫 단추에서 막히니 그 다음 단계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차단된 것이다.
3. 유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라
진정 유시민 대표를 당혹스럽게 할 생각이라면, 유시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례나 사실관계, 과거의 주장은 결국 그의 철학의 결과물이고, 그 결과물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그를 공격하기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미 그 결과물엔 먼지가 쌓였다. 언제든지 누구에게든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왜곡될 수 있다.
유시민의 대답 패턴은 이런식이다.
1) 모두가 긍정할만한 사실관계 혹은 철학, 정의, 용어규정
2) 원칙과 시대상황에서 당시의 가능한 방법론들
3) 판단과 선택
4) 그 당시의 합리적 판단이었으나 현재의 상황과의 차이
5) 철학은 변함없으나, 현재는 시대상황에 또다른 형태의 방법론에 도달하였다.
묘하게 모순적인 듯 하지만, 인간이란 원래 이렇다. 세상이 자기 맘처럼 되지도 않고, 힘과 권력이 있다고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판단과 함께 집단의 의사결정 또한 중요하고, 그것이 충분히 제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때문에 유시민의 이런 대답이 이해가 되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수긍을 할 수 없다면, 당시 유시민이 관점에서의 대체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해서 유시민 대표한테 까불면 안된다거나, 논리적인 공격을 하면 안된다거나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논리' 라는 주제에 관하여 쓴 글이다. 시대에 따라서 방법론은 충분히 바뀔 수 있고, 방법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거야 말고 융통성 없는 정치인이다.
주장이나 방법론은 바뀔 수 있되 그 사람의 철학이나 사고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쉽게 바뀌지 않는 철학을 기준점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옳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사람의 철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참 다행스럽게도 유시민 대표는 그 철학적 구심점이 분명한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4. 노무현 정신
유시민 이라는 사람에 관하여 좀 더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꼭 유시민 뿐만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이 그렇다. 유시민은 단지 유시민이라는 개인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의 국민참여당이라는 정당의 형태로 구축되어있고, 그 핵심가치는 '노무현 정신'에 있다. 노무현 정신은 '원칙과 신뢰' 라는 두 개의 단어로 압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참여정부 당시의 가장 큰 철학의 축이기 때문.
토론 말미에 유시민이 가장 걱정했던 질문이 "네가 한 게 뭐있냐?" 라고 하던데,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자신의 철학과 가치 위에서 충분히 책임을 다하였냐?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뼈아픈 질문이다. 그런데 그 말을 좀 더 논리적으로 근사하게 하는 방법이 쉽지가 않을 뿐이다.
1) 당신과 당신의 세력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
2) 노무현 대통령의 FTA를 결정한 당위에는 미국과의 통상확대를 통해 내부 개혁을 이끌어냄과 함께 대북관계 개선과 중국, 러시아, 아세아와의 교류를 통해 거시적인 동아시아 허브국가 포지션에서 세계사의 주도권을 확대하려는 장기계획의 포석의 의미가 아니던가?
3) 노무현 대통령의 FTA를 단지 전략적 관점으로 해석하여 득실을 따져 입장을 바꾼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는가?
4)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관료의 거짓보고에 속아넘어간 무능한 대통령인가?
5) 노무현을 선택한 국민은 어리석었나?
유시민 대표의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선을 그을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FTA 반대론과의 모순점이 생긴다. 만약 정권을 범 야권에서 잡았을 때, 언제까지나 미국과의 FTA는 반대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제까지 대학생들의 문제제기를 역으로 치고들어간 것이다.
요컨대, 개인 유시민은 개인적 판단이 바뀔 수 있지만, 노무현 세력은 계승해가야하는 뚜렷한 역사의 방향이 존재하고, 유시민은 그것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약점인 것이다. 만약 어떤식으로든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면 곧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만, 대학생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유시민의 행동의 괴리를 발견하여 지적하면 제대로 허를 찌른 것이다.
5. 유시민의 토크 콘서트
이번 유시민 끝장토론은 사실 무늬만 토론일 뿐, 유시민과 대학생들간의 토크 콘서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게다가 유시민 대표는 TV출연해서 해피엔드, 대학생들은 유시민 토크쇼에 만족하고 해피엔드. 보고있는 나도 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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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실의 시대
벌서 꽤 지난 일이긴 하지만, 영화 <상실의 시대>에 대해서는 글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한때,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그리고 소설 속의 주인공 미도리를 줄곧 상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소문에 따르면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그가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3년에 걸친 설득 끝에 겨우 영화로 제작할 것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
2. 안타까운 그녀, 안타까운 그 놈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하루키로서는 엄청난 배신을 당한 것이다. 독자인 나로서도 영화를 본 후 배신감을 감출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영화로서 근사한 측면도 있다. 화려한 색상이 두드러지는 촬영기법이라거나, 1970년대의 배경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것이라거나, 간간히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어쩐지 시대의 향수에 젖게하는 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를 읽었을 적에 내가 발견했던 '무엇' 때문이다. 군생활 중에 잠시 의무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의무실에서는 그야말로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무료하다.
그 시절 책장에서 <상실의 시대>를 뽑아 읽었고, 일주일동안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그 책을 사고,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잃어버리고를 반복했다. 지금 내 책장에 <상실의 시대>는 세 번째 구입한 책.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뭐랄까 그 시절 느꼈던 고독을, 고통을 어루만져 주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엔 저마다 다들 그런 상실감을 떠안은 채 살아가고,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
죽은 친구의 여자, 그녀와의 관계, 그녀가 느낀 죄책감, 그리고 새롭게 다가오는 여자, 그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시간, 미안함, 그녀의 죽음, 그리고 새로운 길... 대략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 <상실의 시대>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그나마 가장 나를 위로가 되었던 것은 미도리 역을 맡은 미즈하라 키코가 소설속의 미도리의 모습과 가장 근접해있다는 점이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결국 그녀는 미도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루키의 장점은 과장된 표현과 탁구처럼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는 대화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무뚝뚝하게 대사를 흘렸다.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어." 라는 대사를 그렇게 재미없게 말하는 여자가 있었다니 말이다.
(안타까운 그 놈은 누구인지 궂이 말하지 않겠다.)
3. 본질은 리듬감
그러나 그 시절 나를 일주일동안 세 번이나 읽도록 했던 그 힘은 그런 스토리가 아니라 하루키 특유의 '리듬감' 때문이었다. 그것의 정체가 '리듬감'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꽤나 시간이 지나서 였다. 그리고 나또한 글쟁이로서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을 눈으로 읽었지만, 음악으로 들렸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나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에게 그런 리듬감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어떤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저자가 독자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저자의 리듬감이 독자에게 전달되면서, 독자가 글을 읽는 속도를 저자가 제어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치 최면술사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엄청난 권력자이자, 창조자이다. 창작활동은 정말로 뼈를 깎는 아픔이 있지만, 그러한 아픔에도 계속 창작을 하는 이유에는 바로 이런 자기만의 세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기만의 세상과 독자와의 관계에서 읽는 속도를 제어한다는 고난도의 기술이 바로 '리듬' 이다.
4. 하루키의 소설이란
아마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꽤 많이 본 편에 속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하루키 소설의 장점도 있겠지만, 그의 소설의 단점이라면 딱히 어떤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소설이 어떤 명쾌한 결론에 닿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막을 내리곤 한다. 이미 대부분의 소설이 그랬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실의 시대>가 그의 책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가장 하루키스럽지 않은 소설이었다는 점이다. 하루키의 소설의 특징은 초현실주의에 있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처럼, 이쪽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저쪽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리고, 다른 세계의 다른 사람을 만나고 하는 식이다.
<댄스 댄스 댄스> 나 <양을 쫓는 모험> 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하늘에서 난데없이 정어리가 쏟아지질 않나... 그러니 <상실이 시대>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결론이 흐지부지 하게 끝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보다.
뭐 술에 물탄듯 흐지부지하게 막을 내리는 것은 하루키 만의 특징이 아니라 일본의 대부분의 컨텐츠가 그러하다. 아무리 죄가 많은 녀석이라도 명쾌하게 단죄하는 적이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정도로 일단락되곤 한다. 그것은 섬나라 특유의 기질. 일본식 사소설.
하지만 하루키의 진면모를 드러내는 점이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하다. 하루키의 소설은 스토리 그 자체보다도 특유의 분위기, 모순, 냉소, 갈등의 묘사. 그리고 그것을 유쾌하고 리드미컬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술이 있다면 하루키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겠지만, 어쨌거나 글쓰기에 있어서 그는 대단한 고수 중에 하나다. (물론 그의 스타일은 '챈들러' 에게 배운 것이다.)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필자가 지적하는 점은 바로 원작의 리듬감, 속도감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는 것이다. 1970년대의 배경, 비틀즈의 음악, 근사한 주인공은 모둔 곁가지고, 본질은 '리듬' 이다. 영화는 어딘가 정체되어 있었다. 대화는 뻘쭘하고, 지나치게 많은 정사 장면에, 그마저도 정사 장면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5. 컨텐츠의 성공기준
대부분의 성공하는 컨텐츠의 공통점은 바로 '긴장'과 '이완' 이다. '긴장'만 있어도 안되고, '이완'만 있어도 안된다. 이 두가지 사이의 밸런스를 결말까지 잘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웰 메이드(well made). 하루키의 소설은 주인공 내면의 고독과 혼란, 냉소로서 이완하고, 외부와의 갈등, 대화, 리듬으로 긴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묘하게 밸런스를 이룬다.
내용이 아닌 개념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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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티브 잡스의 죽음
지난 2011년 10월 5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하여 그의 일대기가 재조명되었을 테지만, 그의 인생은 회자될만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선불교의 고수이자, 채식주의자, 언어의 마술사, 신경질 쟁이...
그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제작했고,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그가 설립한 애플로부터 거의 쫓겨나듯이 회사를 나와야만 했고, 픽사를 인수하여 '토이스토리' 의 대성공으로 시작되는 3D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고, 다시 멋지게 애플의 CEO로 재기에 성공하여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의 획기적인 제품으로 애플의 제 2의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그는 이제 죽고 없다. 폭풍처럼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졌다. 생의 모든 에너지를 세상에 뿌리고 죽었기에 그 스스로의 죽음에 손톱만큼의 아쉬움도 없을 것이다. 단지 산 자는 산 자를 위한 눈물을 흘릴 뿐이라 믿는다.
2. 잡스 졸라 땡큐!
21세기와 함께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활자와 공중파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 방송이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방송 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적은 비용으로도 미디어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이 확보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인터넷 방송 컨텐츠는 나타나질 않았다. '아프리카TV'와 같은 개인 방송이 등장하였지만, 대부분 게임방송이나 1인 토크, 축구경기나 선거, 콘서트 등의 이벤트를 생중계 하는 형식 정도다.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 자체제작된 '컨텐츠' 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고, 설혹 있더라도 인터넷 환경에 보편성을 갖는 스타일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방송을 제작하는 것과 그것을 컨텐츠 화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1인 미디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세상이지만, 그 특별한 1인이 지속적으로 꾸준한 수준의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카메라와 노트북만 있으면 가능할 듯 하지만, 시작과 끝이 있어야하고, 자료와 내용이 분명해야 하고, 수신자에게 가치를 주어야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며, 더구나 수익구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더욱 힘들게 한다.
아실랑가 모르겠지만, 애플의 아이튠즈 팟캐스트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시사/뉴스 분야 1위에 당당하게 랭크되어있는 우리나라의 오디오 컨텐츠가 있다. <나는 꼼수다> 국내 유일 가카 헌정방송이 그것이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김용민 전 교수,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고있는 17대 국회의원 정봉주 그리고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부끄러운 주진우 기자. 이렇게 네 명이 함께 국내외 정치 현안에 관하여 사실관계 전달, 분석과 예측을 담은 내용이다. 그리고 무료 컨텐츠가 1주일 동안 170만 건이상 다운로드 된다고 한다.
그 <나는 꼼수다> 22회 김어준 총수의 클로징 멘트는 다음과 같다.
"<나는 꼼수다>를 각하께 바칠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해준 이 시대의 천재, 잡스에게 이번 방송을 헌정하는 바 입니다. 잡스, 졸라 땡큐!"
3. 나는 꼼수다
<나는 꼼수다>열풍은 인터넷 방송 컨텐츠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 물론 누구나 팟캐스트를 운영한다고해서 <나는 꼼수다> 처럼 인기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인터넷 방송의 새로운 구조가 <나는 꼼수다> 22회 김어준 총수의 클로징 멘트에서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 김용민 교수 김어준 총수 정주봉 전 의원 주진우 기자
(팟캐스트 시장) > (방송 제작 인프라) > (졸라 씨발 스타일) > (전개와 잇슈 증폭) > (사실관계, 메시지 전달)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에 팟캐스트 시장을 열었다. 이미 이전부터 인터넷 방송이 있었지만, 모바일에서도 쉽게 접속이 가능하고, 곳곳에 분산된 채널이 아닌 아이튠즈라는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인터넷 방송 컨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극동방송 PD 출신인 김용민 교수는 <나는 꼼수다>에서 그리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컨텐츠 제작을 위한 전반적인 인프라를 제공한다. 각종 로고송에서부터 녹음 중 간간히 성대모사까지 하여 보이지 않는 재미를 더한다.
김어준 총수가 가장 중추적인 역할인데, 그의 언어구사 스타일과 진행능력이 바로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 것이다. 때때로 "졸라', "씨발" 과 같은 비속어를 섞어가며 추임새를 넣는다. 물론 인터넷 방송에서 욕을 잘 한다고 좋은 컨텐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요는 공중파에는 공중파 스타일의 컨텐츠가 있고, 케이블 방송에는 그에 어울리는 형태의 컨텐츠가 있고, 인터넷 방송에는 또 인터넷 방송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케이블 채널 TVN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남녀탐구생활> 과 같은 컨텐츠를 공중파에서 방송되었다면 절대적으로 망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공중파에서 할 수 없는 독창성이 있어야 하는데,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같은 방송에서는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발언이나 예측을 할 수 없다.
<나는 꼼수다> 특유의 '똘끼'를 발휘하여, '각하 헌정 방송' 이라는 독특한 형태, 그리고 어려운 정치를 농담처럼 쉽고, 정확하게, 그리고 "각하께서 그러실리는 없겠지만..." 으로 시작되는 예측. 이러한 형식은 공중파에서는 할 수 없기에 인터넷 방송만의 가치를 갖게한다. 그리고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김어준 총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정봉주 17대 의원은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정치권에서 입수한 정보와 함께 컨텐츠의 형식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번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는, 위대한 정치인,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17대 국회의원 정봉주 입니다." 라는 멘트는 그저 농담이 아니라, 반복하여 들려주면서 컨텐츠의 지속성을 살리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나는 꼼수다>에 가장 늦게 합류한 구성원인데, 사실 주진우 기자가 합류하기 전과 후의 컨텐츠의 깊이가 다르다. 이전까지는 김어준 총수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말장난 같은 느낌이었다면, 주진우 기자가 합류하면서 내용이 풍부해지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사건이 의미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게 되었다.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얻자 팟캐스트가 알려지고, 팟캐스트의 다른 컨텐츠도 점차 인기를 얻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최진기의 인문학 특강> 이 있다. 이또한 전개 스타일이 기존의 공중파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4. 저그형 인간
필자는 예전부터 스티브 잡스를 '저그형 인간' 이라고 평가했다. 블리자드의 게임 <스타 크래프트>의 저그 종족이 곳곳에 분산하여 멀티 기지를 세우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는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제작하고, 일체형 P 아이맥을 출시하고,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아이튠즈' 음원시장을 만들고, 아이패드 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제시했다. (아이패드를 태블릿PC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하나의 포스트를 기준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는 테란의 스타일과는 분명히 구분이 된다.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는 IT분야의 큰 손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이것에 속하는데, 개인용 컴퓨터용 OS, Windows를 기준으로 OA 프로그램(Office), 메신져, 게임기 사업 등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테란형이냐고? 뭐... 그리 볼 수도 있고... 닥치는 대로 문어발식 확장에 독점시장을 만드는 것, 그로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것.)
스티브 잡스는 하나의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였다. 경쟁을 통하여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면서 더 많은 가치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혁신하였다.
"무한의 공간 저 넘어로!"
스티브 잡스가 제작한 토이스토리의 명대사, 그것이 잡스가 우리에게 진정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
.
.
그리고 우리는 '팟캐스트' 라는 시장에서 <나는 꼼수다>를 듣고, 웃고, 거룩한 분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잡스, 졸라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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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최초 新소셜미디어 융합 플랫폼 '커리(KURRY)'
http://blog.tattermedia.com/311
 사진출처 : TNM 미디어 시앙라이 님
2011년 7월 21일 TNM 미디어 대회의실에서 파트너 블로거를 대상으로한 커리(KURRY) 설명회가 있었다. 커리는 '놀거리, 읽을거리, 즐길거리' 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언론사인 연합뉴스와 창작 네트워크 TNM 미디어가 손을 잡고 만든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다.
올드 미디어인 '연합뉴스'는 조직화된 대형 언론사이며, 약 550명의 기자가 하루에 약 2,000 여 기사를 쏟아낼정도의 규모이고, TNM 미디어의 파트너로 등록된 블로거 약 270 여명은 각각의 블로거가 하나의 1인 미디어로서 분야별 리뷰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다.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의 만남으로 새로운 미디어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커리는 9월에 베타테스트를 시작하고 10월에 정식 오픈 할 예정이라고 한다.
2. 커리의 불안요소?
여기까지가 보도자료의 내용이다. 많은 블로거 입장에서 과연 커리가 블로거에게 어떻게 수익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궁금하겠지만, 필자의 시각에서는 대단한 수익은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 뿐 아니라 설명회 자리에 있었던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아는 내용이다.
TNM 미디어의 명승은 대표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하고, 연합뉴스 관계자도 이번 프로젝트가 사내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향후 광고수익이 발생할 지도 미지수다. 바이럴 마케팅 처럼 어떤 광고주가 어떤 제품에 관하여 몇 회 글을 써줄 때의 얼마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명확하지가 않다. 또한 수요 독자층도 예측하기 어렵고 정치, 사회분야의 카테고리는 제외되었다.
커리의 본질은 이런거다. 블로거가 아무리 신속하게 취재하고 포스팅을 해도 조직화된 언론사보다 빠를 수는 없다. 또 블로거의 가장 큰 약점이 포스팅에 삽입되는 이미지의 저작권 문제를 안고있다. 반면 언론사는 빠르게 사실관계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에 조직이다보니 다양한 시각의 깊이있는, 분석 기사를 쓰는데 어려움이 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매체가 손을 잡으면서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화 하자는 것이 '커리' 라는 미디어의 탄생으로 발전 된 것이다.
편집장을 맡은 블로거는 지금까지 발행된 블로거의 포스트와 연합뉴스의 기사들을 조합하여 매일 1회 이상 발행해야 한다. 편집장이 발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기존의 연합뉴스의 기사와 블로거의 글을 재조합하여 발행하거나, 연합뉴스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사진자료를 사용한 포스트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블로거 입장에서 연합뉴스의 사진자료를 사용한 포스트는 개인 블로그에 게제할 수 없고, 반드시 커리에 송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기존 블로그 포스트를 취합할 때, 내용중에 저작권에 위배되는 사진자료가 있을 경우에 필터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블로거 입장에서는 연합뉴스의 자료를 이용한 포스트를 쓸 때에는 본인의 블로그 포스팅은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블로거가 연합뉴스의 자료를 이용해서 포스팅을 했을 때, 편집장이 그 글을 사용하지 않으면 애써 글을 쓴 블로거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어버린다. 이미지 저작권 때문에 자기 블로그에 올리지도 못하고, 커리에 올리지도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각자 블로그에 포스팅 한 글을 모아서 편집장이 저작권 문제가 되는 이미지를 모두 연합뉴스의 이미지로 바꾸는 작업을 하자면 일이 어느새 산더미처럼 불어날 것이다.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가 현재 이곳 <세상의 창, 생각의 틀>을 팀블로그로 운영하면서 겪는 일이기도 하다. 글의 내용을 면밀하게 읽고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알맞는 이미지를 검색하고, 수정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다. 커리의 에디팅을 하면서 어쩌면 아주 일부의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 발목이 잡힐 수가 있다.
3. 커리는 미디어다
당장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블로그 글을 에디팅 하는 과정도 익숙한 블로깅과는 또다른 문제점이 생겨나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가시밭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거에게 커리는 또하나의 희망이다. 그 길을 가야만 한다. 왜냐하면 블로그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미디어로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하여 오랜 싸움을 해왔다. 미디어의 기능을 하기에 법의 테두리에서, 혹은 물리적으로 제약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보면 커리는 블로거가 동등한 입장에서 올드 미디어와 그 컨텐츠의 질을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올드 미디어와 경쟁관계에 놓여있다는 얘기는 아니고, 미디어로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었다는 거다.
커리에 참여하는 블로거는 언론인과 같은 대우를 받고, 언론인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게다가 연합뉴스는 종합편성 텔레비젼 사업자로 선정되어 향후 TV 방송채널을 갖게 될 예정이다. 블로거가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할 수록 컨텐츠의 확장성이 훨씬 더 커질 수가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출처 : TNM 미디어 시앙라이 님
이번 설명회에서 필자는 연합뉴스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연합뉴스의 이미지와 기사를 인용하여 블로거가 포스팅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역으로 블로거의 포스트를 연합뉴스에서 재인용 할 수도 있습니까?"
대답은 "YES" 였다. 필자는 거기서 희망을 보았다. 모든 블로거가 아니더라도 수 많은 포스트 중에 언론사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인사이트의 포스팅이 있다면 얼마든지 연합뉴스를 통해서 다시 인용되고, 블로거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로 포지셔닝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디어로서의 대중의 신뢰를 쌓아갈 것이고, 블로거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4. 블로그는 아직 미디어로서 기여한 게 없다
필자는 얼마전 '베비로즈' 사건에 관하여 불편한 얘기를 마구 해댔다. 요지는 이렇다. 베비로즈 사건은 결국 일어났어야 할 사건이었고, 대중의 따가운 시선은 단지 몇몇 블로거의 문제를 확대해석해서가 아니라, 블로그가 미디어로서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한 탓이라고 하였다.
블로그는 촛불시위와 같아서 개개인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불타오르지만, 자기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서 사회를 움직이는 커다란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대중의 차가운 시선은 블로거가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블로거의 목소리가 기업에 제어당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블로거의 글에 관하여 기업에서 수정을 요청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글이지 더이상 블로거의 목소리가 되질 못한다.
물론 블로거 각각은 미디어로서 많은 노력을 하고 기능을 하였겠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블로거를 개개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한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부터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언론에서 블로거를 공격하는 것이 옳은가? 라는 문제제기는 옳다. 논리상 그 말이 맞다. 어느새 언론 스스로도 권력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필자는 기성 언론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만, 수비적인 스탠스다. 블로거는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또 잃을 것도 없다. 블로그 라는 매체 자체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은 미디어로서 크게 기여한 것이 없다.
때문에 이번 베비로즈 사건을 겪는 과정에서 블로거 스스로 미디어로서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블로거가 블로그 라는 매체에 종속되지 않은 하나의 전문가로서, 창작자로서 더 나아가길 바라고, 활동범위가 사진과 텍스트 라는 수단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더 뛰어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커리 설명회는 블로거에게 있어서 '희망의 빛줄기' 였다. 언론사가 돈을 버는 것은 미디어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미디어의 포석 위에 쌓아올린 예쁜집이다. 공중파 TV채널만 봐도 그렇다. 시청률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높지만, 뉴스를 비롯한 시사 - 교양 프로그램이 없다면 공중파 채널로서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커리로서 다시 도약할 힘을 얻었다.
5. 이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할 시간
연합뉴스에서 블로거와 함께 매체를 만들 때, 블로거에게 과연 무엇을 기대했을까? 기성언론은 사실관계를 취재하는데 특화된 조직이다. 블로거의 장점은 각 분야별 분석능력과 문제제기에 있다. 그것은 '블로거 자신이 무엇을 선호하는가?' 에 따른것이 아니라 '대중이 블로거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에 의한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블로거는 '좋아요' 라고 말할 때보다 '나빠요!' 라고 대중에 한 발 앞서 경고할 때에 빛이난다. 마치 '광산의 카나리아' 처럼 말이다. 날카로운 분석능력과 함께 냉철하게 문제제기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고, 블로거는 굉장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블로그가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거나, 모든 블로그가 부정적인 포스팅을 해야 한다고 해석하면 곤란.)
블로거의 미래는 블로거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어떤 역할을 요구받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번 커리 프로젝트로 블로거의 포지션이 바뀔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포지션이 바뀌면 포스트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이제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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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처녀가(老處女歌)'
 MBC스페셜 '노처녀가(老處女歌)'
지난 2011년 7월 15일 방송된 MBC스페셜 '노처녀가(老處女歌)' 를 뒤늦게서야 보았다. 혼기를 놓친 여성의 증가에 관하여 다큐멘터리 비스므레하게 구성을 한 이 프로그램은 각각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노처녀 세 명을 PD가 동행취재하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내용이다.
방송 말미에는 출연한 세 명의 노처녀가 사실 배우였고, 각각의 직업을 연기한 것으로 밝혔다. 그리고 시청자로부터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비록 세 명의 출연자가 같은 나이의 실명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과 다른 직업을 연기한 셈이기 때문. 연기는 연기일 뿐 실제는 아닌거니까. 머 욕 먹을만 하다.
어쨌거나 그것이 사실이던 연기던 간에 노처녀를 주제로 하나의 사회의 문제제기를 했다는 측면에서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다큐멘터리 초반에 나래이터가 언급한 것처럼, 2010년 통계청 조사를 기준으로 하여 우리나라 25세부터 34세 까지의 결혼 적령기 여성 356 만명 중 173만명 정도가 미혼이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혼 적령기의 여성에 관한 자료일 뿐이고, 적령기를 훨씬 넘어선 여성까지 합한다면 못해도 50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2. 노처녀의 증가는 사회현상?
결국 노처녀의 증가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인구가 줄어들어 언젠가 국가적 위기상황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고, 이 문제가 실제로 풀기가 힘든 이유는 사회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국가가 개입는데에도 한계가 있다. 사회의 변화에 개인의 상황이 바뀌고 그렇게 개인적인 선택이 또다시 사회현상이 되어버린다.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긴 하지만 또 이만큼 명쾌한 작용-반작용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가족의 변화는 먹고사는 문제의 영향을 받는다. 가정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농경이 시작되면서 부터의 일이다. 그 전까지 수렵과 채집의 시대에는 모계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카 컸다. 여성은 집단생활을 했으며 세력화하기 때문.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결혼시기가 늦추어진 것도 산업이 농경에서 점차 정보화 사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라면 가능한 빨리 결혼하여 많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노동력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사회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교육기간은 길어지고, 취직을 위해 경쟁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연애와 섹스는 뒷전이 되어버린다.
인간은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이미 10대 중 후반에 다음 세대를 잉태하도록 세팅이 되었는데, 인간의 의식은 한참 뒤쳐져있으니 삶 자체가 순리대로 갈 리가 없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나이대별 성욕의 그래프도 여자가 남자보다 4년 정도 뒤쳐졌다고 어디서 들어본 듯 한데, 결혼에 관한 남녀의 의식차이는 더 심하다. 인간의 몸과 정보화 사회의 구조에 괴리가 있는 것처럼, 남성과 여성의 성에 관한 인식과 욕구에도 차이가 있다.
여자가 생각하는 적당한 결혼시기는 32세 인데 반하여, 남자가 원하는 신부의 나이는 28세 정도라고하니, 정작 여성이 어느정도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고 결혼에 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에는 꽃다운 청춘은 간데없고, 눈가에 주름이 패이고, 피부노화가 신나게 진행중일 때, 괜찮은 남자 눈에는 파릇파릇한 어린 여자만 들어온다.
왜 노총각이 아니라, 노처녀가 문제인가? 그것은 "여성의 몸이 아이를 잉태할 수 있는가?" 의 명제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없어도 결혼은 할 수 있지만, 가족의 완성에 이르지 못하다는 것은 결혼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불안요소. 때문에 남자는 뒤늦게라도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고나서 짝을 찾아 결혼할 수 있지만, 여자는 사회적인 성공과 결혼을 동시에 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소녀시대엔 대학가려고 박터지게 경쟁하고, 대학생이 되면 알바 뛰며 등록금과 싸워야 하고, 대학원, 해외연수, 토익을 거쳐 나름 폼나게 취직하거나, 혹은 88만원 받아가면서 고통스럽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어느쪽이든 결국 결혼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나이에 이른다.
3. 한국에 특히 노처녀
정보화 사회의 진통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있을 텐데, 유독 한국의 노처녀가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통계상의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외국의 경우와 다르게 우리나라에는 젊은 남녀의 결혼이 힘들 수 밖에 없는 독특한 문화적인 장치(?)가 있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화 전반적으로 '결혼'은 일종의 '신분상승의 기회' 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딸가진 부모가 적극 개입한다. 그렇다. 이것은 십수년간 줄기차게 봐 왔던 막장드라마의 단골 스토리인 것이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의 심정도 이해는 하지만, 평민인 그녀를 공주로 만든 것은 애초에 그녀의 부모가 공주라고 세뇌를 했기 때문이다.
"내 딸은 예쁘다.", "소녀시대 뺨친다." 등등... 그리고 때로는 그릇된 방향의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 젊은 청춘남녀가 사랑한다. 두 사람 모두 아직 사회적인 성취를 이룬 것이 없다. 여자의 부모는 대뜸 이런 대사를 날린다.
"네 까짓 게 어딜감히...!!!"
혹은 "난 반댈세!!!"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아주 특수한 경우의 특별한 사람들의 일인가? 딸가진 부모 대부분의 생각이 이렇다. "내 딸이 이 정도라면 이 정도 수준의 사위를 봐야지!" "얼마전 옆집 처녀는 판검사한테 시집갔다더라..." 등의 엄친딸 소문이 뭉치고 커져서 결혼으로 가는 결정적인 기회마다 나타나 "난 반댈세!!!"를 외치게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부모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지분을 얻으려고 한다.
결혼은 돌이킬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결정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에 관한 주도권이 결혼 당사자보다는 부모에 있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으로도 그렇다. 신부의 부모를 찾아가 뭔가 검증을 받아야지만 한다. 마치 청문회 하듯이 말이다. 부모 뿐이랴? 형제, 자매, 일가친척에 친구까지 주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최대한 개입하려 한다.
4. 결혼은 FA(Free Agent) 계약인가?
이런 풍경은 마치 프로야구선수의 FA(Free Agent) 계약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선수의 지난 성적 데이터와 향후의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에이전트는 선수의 몸값을 한참 올리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FA대박' 이 나오기도 한다. 선수가 결혼의 기로에 선 여성이고, 에이전트는 그녀의 부모에 해당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FA 계약에도 양면성이 있다. 그렇게 대박이 나오기도 하지만, 제시한 가격에 합의하지 못하면, 그리고 선수를 원하는 구단을 찾지 못하면 순식간에 갈 곳이 없어진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한장면
우리나라의 노처녀의 증가는 FA 계약의 실패한 결과라고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에겐 좀 아픈 얘기겠지만 말이다. 꽃처럼 아름다운 나이에 사랑할만한 사람이란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또래 혹은 몇 살 위의 남자. 하지만 그 나이대엔 어느쪽도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게다가 남자는 군대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어린나이에 3,40 대의 안정적인 경제력이 있는 남성을 선호할만한 여자도 드물 것이다. 여성이 선호하는 남성의 기준이 어려서는 외모, 그 다음엔 학력, 그 다음엔 경제력으로 점차 변해간다는 것이고, 여자가 어려서 근사한 외모의 남자를 원할 때, 여자의 부모는 경제력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기준으로 삼고, 여자가 나이가 들어 경제력있는 남자를 원할 때는 경제력을 갖춘 남성은 어린 여자를 원한다. 모두가 합의에 이르기 힘든 구조에 있다.
5. 인생의 모델이 필요하다
확실히 '백마탄 왕자'는 있다. 'FA 대박' 도 있다. 단지 그것이 아주 드문 경우일 뿐이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본질은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근사한 외모의 남성을 선호하든, 경제력이 있는 남성을 선호하든, 그것이 본인의 바램이든, 부모의 바램이든간에 본인 스스로의 인생의 모델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 상대를 바라보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결국 "주변의 누구는 어쨌다카더라~" 수준에 있어서는 인생말아먹기 딱 좋다. 엄친아는 엄친아대로, 엄친딸은 엄친딸대로의 삶이 있을 뿐이다.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가치는 상대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의 모델에 기인하여야 한다.
10년 후의, 20년 후의, 3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고, 스스로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인생길을 생각하고 그 방향에서 동행자를 허락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자기의 가치가 애매하기 때문에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자기 인생의 모델이 있다면, 노처녀가 된 들 아쉬운게 뭐가 있을까? 결혼은 완전한 합체가 아니라 느슨한 연대여야 한다.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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